20090803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동두천 :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고승욱, 김상돈, 노재운, 정은영
2008. 5. 8 – 7. 6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New York
2008. 7. 16 – 8. 24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 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은 지역 공동체에 관한 미술작업과 문화적 담론 생산을 위한 2년(2007-2008) 장기 프로젝트로 "Dongducheon: A Walk to Remember, A Walk to Envision" 을 기획한다. 이 프로젝트는 뉴욕 뉴뮤지엄의 미술기관 간 네트워크 파트너쉽 프로그램인 "뮤지엄 애즈 허브 Museum as HUB" 에서 발원되었다. "동두천 프로젝트"는 전시, 워크숍, 심포지움, 강연, 토크와 토론, 아카이브와 필름 스크리닝으로 구성되며, 초대된 네 명의 한국작가(고승욱, 김상돈, 노재운, 정은영)는 뉴뮤지엄과 인사미술공간에서 세 차례의 전시(2007. 12. 1 – 2008. 2. 24 ; 2008. 5. 8 – 7. 6 ; 2008. 7. 16 – 8. 24)를 통해 신작 12점을 선보인다.

동 두천은 면적 96㎢에 인구 8만 8천명을 가진 작은 도시이다. 서울과 휴전선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 도시는 일제 식민시절부터 반 세기를 넘게 외국 군사 주둔지로 할당되었다. 동두천 면적의 거의 절반이 현재 미군 주둔지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동두천 사람들은 거대한 구조적 힘이 만들어낸 일방적인 정책에 굴복하는 것 말고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선택할 것이 없었다. 더욱이 이 도시는 오로지 군대 주둔지로만 충족되었고, 구조화되었으며, 기술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배후에서 동두천에 가해온 지속적인 간섭, 규제, 통제의 수위와 방식이 너무나 근본적이고 지속적이었기 때문에 어느덧 지역 공동체간의 인식, 소통, 관계의 차원까지 침투했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세계 질서와 나날이 팽창해가는 글로벌 자본주의, 기업 개발주의, 경쟁적인 민영화의 시대 속에서, 이 도시는 집단적 부정, 조작, 소외, 망각과 비가시성의 장소로서 우리 눈 앞에 헐벗은 채 서있다.
동두천 프로젝트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창조적인 공적 행위자로서 작가와 그들의 미술작업에 힘입어 지역에 대한 재해석, 표현, 발언, 소통, 행위의 매개체가 되길 제안한다. 이 노력은 그간 동두천에 대한 외면과 오해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해 온 우리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비판적으로 재인식하게 할 것이다. 오늘의 예술 생산과 문화 담론 구조 속에서 동두천을 발견하는 첫 번째 시도인 이 프로젝트는 동두천과 유사한 "이웃" 지역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논의를 일깨움으로써 자발적인 지역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동두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조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동두천 프로젝트는 장기간의 지역 근간 프로젝트로서, 작가들의 지역 공동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작업 주제와 형태,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조율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동두천을 맥락화하는 수 많은 사회적 기제들 중에서 무엇보다 우선권을 지역 공동체 주체들에 두고자 한다. 작가들은 개별적 작가적 특성에 맞추어 각각 상이한 지역 공동체에 다가가고 그들의 가장 절박한 사항을 다루는데 적절한 다양한 표현방식과 아이디어를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먹고 걸으면서 생겨나는 일상적인 대화들, 비공식/공식 인터뷰, 기록/문학 자료 조사, 현장 답사,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교육적 워크숍을 포함하는 다양한 소통의 형태가 모색되었으며, 이것은 최종 작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이미지 아카이브와 문학 텍스트로 구성된 고승욱의 싱글 채널 비디오 ’침을 부르는 노래’에서 그는 무명 상태로 남아있거나 혹은 잘못 명명되어진 주체들을 올바르게 역사 속에 "호명"하는 이슈를 제기한다. 어떤 주체들이 무명, 미명 혹은 오명 되어있다는 것은 오늘날 그들에 대한 토론과 이해를 오도하고, 그들에 대한 일체의 "표현" 자체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주로 현장에서의 주민 인터뷰와 대화에 기초해 작업하는 김상돈은 신작 ’리틀 시카고’와 ’외인 아파트’, ’4분간 숨을 참아라’에서 지역 주체들이 외부의 리얼리티와 조우하는 지점을 주목한다. 주민들이 외부의 현실과 맞닥뜨리는 지점에서 주민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고안해내고 기억을 선택, 개조해 가는 방식을 통해 현실을 직면하고 대응해 가는 생존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은영은 'The Narrow Sorrow'를 통해, 현재 동두천에 거주하고 있는 클럽여성들의 '거주지'의 형태에 집중한다. 작가는 그녀들의 일상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장소'를 표시하고 그녀들의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드러내어, 소외된, 미등록의, 미확인된 존재들과의 슬픔을 나누는 제식을 제안하며, 이 슬픔은 여자들의 집으로 통하는 '좁은narrow'문의 풍경으로 모여든다." 마지막으로 노재운의 작업 ‘총알을 물어라!’는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과거와 미래의 시뮬라크럼을 통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구조화되고 있는 지각과 인식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클래식 전쟁 영화에 나타난 은유적인 핵심 이미지에 대해 고찰하고, 이들이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유포되면서 결국에는 우리의 미래마저 그렇게 상상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 전시에 맞추어 고승욱, 김상돈 두 작가가 제작한 아티스트 북이 출간된다. 인미공은 작가와 작품이해 외에 토크와 강연 프로그램, 해외 필진들의 글을 보탠 동두천 프로젝트 도큐먼트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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