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2

서울-방콕

20060123 / 서울-방콕

어제까지 알바및 넘겨야 할 일들, 마무리 해야만하는 일거리들에 짓눌려 시달리다가 어쨋든 떠나긴 떠나오다. 아홉명의 십대들과 함께라는 사실에 어쩔수 없는 노인네의 책임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유분방하고,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보니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매번 생겨나 절로 지친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약 여섯 시간의 비행. 타이 항공의 기내식은 맛이 없고 승무원언니들은 지나치게 모델스럽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아이들은 끊임 없이 이것저것을 물어오지만 초행자의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걱정없이 제멋대로(?)여서 몇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어쨋건 드디어 태국이다.



방 콕 공항에서 카오산 거리 근처의 여행사로 가서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까지 이동하기 위한 밤기차의 티켓을 픽업해야한다. 350바트에 약속을 하고 몇팀으로 갈라져 택시를 잡아 탔는데, 난데없이 하이웨이로 가려면 60바트를 더 내야한다고 덧붙인다. 잠시간의 실갱이를 하고는 400바트에 쇼부를 보고 카오산으로 향하다. 예상에 없이 카오산거리에서 여행사를 찾는 일에 지나치게 힘을 빼다. 어찌된 일인지 약도에 그려진 대로 길을 따라가는데도 길끝은 모두 막다른 골목. 우여곡절끝에 찾아간 길은, 세상에. 무예타이 도장을 가로 질렀어야 한다는 것. 반쯤 벌거벗은 아저씨들이 땀냄새를 풍겨가며 발길질에 고함까지 쳐대며 온갖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공간을 가로질러 갈 수 있으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이없이 나타난 길은 안도감을 주었지만 갑자기 변해버린 온도차 속에서 길찾기에 온힘을 빼앗겨 지칠대로 지쳐버리다. 게다가 카오산 거리는 그 명성과는 달리 맘편이 관광할 수 있는 거리라고 보긴 힘든 인상. 모든걸 포기하고 밥을 먹기로 결정, 따라서 쇼핑은 포기다.







저 녁을 제법 맛있게 먹고 방콕 중앙역으로 이동. 다시 택시를 나누어 타다. 57바트의 요금이 나왔는데, 3바트를 알아서 팁으로 챙겨버린다. 말문을 막히게한 공포의 운전을 떠올리면 팁을 준다는 것은 용납이 안되지만 그냥 그러기로 하고 역에서 일행을 기다리다. 이곳에서 침대기차를 타고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지역인 농카이역까지 약 10시간여를 여행해야한다. 속속 도착하는 일행과 함께 기차를 기다리고 올라타다. 기차는 모두 침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랫층은 좌석의 형태. 이 좌석을 조절해서 침대로 만드는 것이다. 침대를 만들고 이부자리를 준비해보려고 몸을 놀리는데 왠 아줌마가 잔소리를 해댄다. 무언가 설명해주려는 것인데, 말하자면 이 기차안에도 나름의 룰과 시스템이 있다는것. 좌석에 조용히 앉아있으면 직원이 와서 침대로 만들어주고 가는 방식인듯 한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서 침대로 만들어 눕고 싶은 마음에 아줌마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몸을 움직이려는데 아줌마가 소리를 지른다. "그건 흰 셔츠를 입은 승무원의 일이야! 너희가 그러는것은 시스템을 깨뜨리는 일이야!" 움찔 놀라 승무원을 기다리기로 하지만, 늘 다급하기 이를대없는 한국인의 기질이 꿈틀거리니 기다림이 지루해 미칠 지경이고 어서 피곤한 몸을 눕히고 싶어 애꿎은 입구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계속해서 겪어내야만 하는 기다림에 슬슬 짜증이 밀려올 지경이지만 마음을 다스려 본다. 드디어 승무원이 와서 모든 좌석을 침대로 세팅해준다. 아이들은 여전히 들떠있고, 심지어 소란스럽기 까지 하다. 음료를 파는 직원들과 넉살좋게 수다를 떨고 까르륵거린다. 나는 충분히 피곤하지만 우리의 목적지인 라오스의 푸딘댕까지는 기차에서 내린후에도 버스를 타고 4-5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어서 잠을 청했으면 하는데 여전히 아이들은 소란스럽다. 손끝 발끝이 저려온다. 내일 아침에 기차가 서면 우리는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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