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2

푸딘댕6

20060131/푸딘댕


오 전내내 도서관의 창에 내릴 커튼을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허리가 굽어버릴 지경이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와중이지만 행여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겨져 있을 이 장소에 흉이 될까 싶어 무척 신경이 쓰인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아이들과 시장구경을 가기로 했다. 차로가면 10분도 안될 거리이지만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약 30여분이 걸릴것이고, 나는 그중 15분간의 침묵걷기를 강하게 제안했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이 아직 적어서 몸을 많이 쓰고 있지 않는 까닭에 걷기를 제안했고, 아이들이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통에 잠시만이라도 침묵하는 인내를 체험해보자는 의도에서 였다. 무척 더운 날씨였지만 어렵지 않게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런저런 물건들을 양손에 그득히 사들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쉬려는데 아저씨가 심각하게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니, 누군가 쏭강에 차를 대고 세차를 하고 있었던것. 격노한 아저씨는 식당의 손님들에게 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 여기저기에 알려줄 것을 부탁하신다. 쏭강은 이 마을의 젖줄과도 같다. 오래전부터 마을사람들은 이 강에서 식량과 물을 얻고, 목욕을하고 빨래를 하며 함께 살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이 장소를 관광객들의 튜빙장소로 넘겨주고, 강의 주변에는 튜빙족들을 맞이하는 맥주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강바닥을 포크레인으로 긁어 강의 흐름을 바뀌게 만들어, 관광객들이 더 '잘' 맥주집을 지나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저씨와 농장의 가족들은 이 강에 미친 그러한 인위적인 행위들로 인해 언젠가는 자연의 복수를 받게 될것이라 믿고 있다.


1 월의 마지막 날이다. 서울에 있었다면 새해의 첫달이 사라져버리는 아쉬움에 한탄을 하고 있었으리라. 이곳에서도 새해의 첫달이 가버렸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닥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는다. 아침이 오고, 밤이오고, 일을 하고, 밥을 먹는다. 가끔씩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티비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컴퓨터도 없지만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도 그 변화를 느끼고, 삶은 그 변화에 실려 흐른다. 마을의 삶을 뒤흔드는 이 기묘한 흐름들은 계속해서 잔류하며 슬금슬금 이곳의 기류를 뒤바꾼다. 나는 종종 먹먹해 진다. 이 참아내기 힘든 먹먹함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무엇하나 어느 곳에 남겨둘 수도, 어느 한 방향을 따라 흐르게 할 수도 없다. 무엇 하나 한곳을 향해 기울게 할 수도, 격렬할 수도, 또한 침묵할 수도 없다. 잠시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서울에서의 지리멸렬한 일상은 다시 위치를 바꾸고 있다. 일상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길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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